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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일 것 행복할 것.
제목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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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것에는 아무런 문제도 잘못도 없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에게 혼자라는 것은 무언가 잘못된 것이며 무언가 결핍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혼자인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지곤 한다. 왜 남자/여자친구 안 만들어? 안 외로워? 결혼은 언제 할 거야? 늦기 전에 해야지.
자신의 생각에 확고하다가도 저런 말들에 시선들에 시달리다 보면, 가끔은 확신이 옅어지곤 한다. 의문이 생기곤 한다. 정말 내가 잘못된 건가? 문제가 있는 건가? 사람을 만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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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직장인이 직접 겪은 자취 생활에 관해 쓴 에세이다. 왜 자취를 결심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자취를 하며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느꼈는지에 대해 썼다. 글들은 짤막짤막하게 끊어져 있고 무거운 내용도 거의 없고, 중간중간 만화도 삽입되어 있어 부담 없이 쉽게 읽을 수 있다.
글쓴이는 작가가 본업이 아니지만, 그래도 글을 쓰는 직업(카피라이터)을 가진 사람답게 표현력이 매우 좋다. 부담 없이 편하게 읽으려고 고른 책인만큼 밑줄을 긋거나 포스트잇을 붙일 생각이 없었는데, 재밌는 표현 멋진 표현이 많이 나와서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다 같이 떠난 수학여행에서 내가 안 탄지도 모르고 버스가 출발해버린 기분이다. 낫겠지, 나을 테지만 이 밤이 무한할 것만 같다. 하얀 아침이 내게로 날아들다 창문에 부딪혀 죽을 것만 같다.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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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혼자라는 것에 대한 공감과 위로가 이 책에 있다. 이것은 정말로 예상하지 못한 것이기에, 어디까지나 자취 생활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나 공감하게 되는 고민들에 대해서만 기대했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경품에 당첨된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았다.
위로를 위한 책을 읽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읽었던 위로를 위한 책, 위로를 위한 문장들은 뻔한 것들이거나 작위적인 것들이었다. 읽으면 힘이 되기보다는 허탈하고 짜증만 샘솟았다. 하지만 소설에서, 혹은 에세이에서,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는 위로를 발견할 때면 그것들은 항상 더없이 아늑하게 따뜻하게 다가왔다. 이 책에서도 그러한 포근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독립생활을 시작하고 알았다. 친구든 가족이든 연인이든, 함께 있으면 함께 있어서 좋고, 떠나면 떠나서 좋았다.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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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니 내 감상문의 문장들이 더욱 볼품없고 매력 없게 느껴졌다. 소설까지 가지 않아도, 에세이 정도만 돼도 충분히 좋은 표현들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내 감상문도 어찌 보면 에세이 같은 건데.... 아직 멀었다.
그냥 누군가 나에게 '너처럼 사는 법도 있어. 그게 네 운명일 수도 있어'라고 말해주니 마음이 놓였다는 이야기다. '지금 너는 주어진 운명을 외면하고 있는 게 아냐. 외면하는 게 네 운명인 거야' 하고 말해준 것 같았다.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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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다. 누구에게나 부담 없이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