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s;Child

2018. 3. 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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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어드벤처(비주얼 노벨)
플랫롬플레이스테이션 4
한줄평추천은 않지만 말리지도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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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이 너무 기분 나쁘다.

연쇄살인에 가담은커녕 일절 관여하지 않은 주인공이 모든 죄를 뒤집어썼다. 법인은 그가 특별한 능력으로 ‘만들어낸’ 인물로서, 주인공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주인공을 즐겁게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주인공을 영웅으로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연쇄 살인을 일으켰다. 주인공은 결국 모든 원인은 자신에게 있다며, 범인이 만들어놓은 영웅이 되는 시나리오를 거절하고 범인이 되는 길을 택했다.

주인공이 사건을 바란 것은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주인공은 고등학생이지만 자신이 타인보다 정보력이 뛰어난 ‘정보 강자’라고 생각했고, 그 정보력을 바탕으로 일반인들보다 더 우수하고 특별하다는 선민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어렵고 특이한 사건들의 해결의 실마리를 직접 찾아냄으로써, 혹은 사건 자체를 직접 해결함으로써 우월감과 성취감을 느끼고자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살인 사건이 일어나길 바라지는 않았다. 셜록 홈즈나 에도가와 코난 같이, 흥미로운 사건 (설령 그게 살인일지라도) 이 자신에게 오기를 바라기는 했지만, 그가 원하는 건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사건을 해결하는 자신이었다. 그에게도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상식과 도덕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잔인하고 엽기적인 방법으로 여섯 명을 죽인 연쇄살인범이 되었다.

마치 자식의 잘못을 부모가 모두 뒤집어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정작 실제 범인은 주인공에 의해 능력과 기억을 잃은 채 평범하게 살아가게 되었다. 스스로도 능력을 포기한 주인공은 여섯 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으로 남은 삶을 감옥에서 지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차라리 진범과 같이 죽는다거나 혹은 같이 도망간다거나 하면 기분이 덜 나쁠 것 같았다. 그도 아니면 능력을 포기하지 않아서 때때로 감옥에서 나와 능력자와 관련된 일을 돕는 사람이 될 여지가 있다거나. 하지만 아무런 가능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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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전반부는 상당히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아무리 사건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다지만, 일개 고등학생이 살인현장에 몰래 숨어들고, 빈약한 근거의 소문을 듣고는 밤중의 병원에 무단침입하고, 잃어버린 스마트폰을 되찾겠다고 사지일지도 모르는 비밀 장소로 숨어 들어간다. 그것도 ‘정보 강자’라 자칭하는 녀석이 ‘백업을 해두면 사진의 가치가 바랠 것 같다’는 이유로 소중한 사진을 백업해 놓지도 않았다. (바보 아닌가?)

이외에도 작위적인 장면들이 좀 있었다. 이야기 자체의 몰입도는 나쁘지 않은 편이라 ‘뒤에서 설명이 되는 뭔가가 나오겠지’라는 생각으로 중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결국 후반부에 작위성에 대한 답이 될 만한 이야기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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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은 흔히 ‘비주얼 노벨’이라 말하는, 어드벤쳐 게임이다.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있는 게 아니고 선택지만으로 진행되는 게임이기 때문에, 이런 종류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게임이라기보다는 라이트 노벨 같다.

진행 중 몇몇 분기에 따라 이야기의 전개와 결말이 바뀌는데, 대여섯 개의 결말 중에 ‘명백한 해피엔딩’이랄 만한 결말이 없다.

작위성과 잔인함, 우울한 결말 때문에, 타인에게 딱히 추천해주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