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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양친을 일찍 여윈 소년에게는 할아버지가 유일한 가족이었다. 이제 소년에게 남은 것은 할아버지가 운영하시던 고서점뿐. 본래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고 학교를 좋아하지 않던 소년은, 유일한 친구였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더욱 움츠러들었다. 학교를 나가지 않고 서점에 틀어박혀 책에 파묻힌 나날이 이어지던 가운데, 별안간 웬 고양이가 소년 앞에 나타났다.

책을 구해야 해. 나를 좀 도와줘

사람의 말을 할 줄 아는 신기한 얼룩 고양이는, 느닷없이 소년에게 도움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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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간략한 한 줄 평은 다음과 같다.

전혀, 내 취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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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동화적이다. 현실의 평범한 소년이 미궁이라 불리는 미지의 세계로 가서 위기에 빠진 책을 구하는 이야기. 미궁의 전경이나 미궁에서의 사건에 대한 묘사는 환상적이고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이다.

과장된 상황과 과장된 인물을 통해 책이 겪고 있는 위기를 직접적으로 비유한다. 직접적이기 때문에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전하고자 하는 교훈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깊이나 무게가 부족하다.

추상적이고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 가치(책의 소중함)에 대한 주관적인 의견을 진리인 양 표현하는 방식이 일견 유치하게까지 느껴진다. 독자가 교훈을 깨닫게 하는 게 아니라 독자의 머릿속에 교훈을 때려 박고 있다.

얼룩 고양이를 필두로 한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지나치게 잰다. 문장 하나하나 따로 놓고 보면 멋진 말인 것 같지만, 상황이나 문맥을 볼 때, 등장하는 미궁들만큼이나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있어 보이는 말을 남발한 나머지 말 하나하나의 무게감은 실종되었다. 오글거린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직접적으로 주제를 이야기하는 방식 때문에 이야기가 가벼워졌다, 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렇게 하고도 좋은 이야기들은 많다. 단지 이 책은 좀 겉멋이 들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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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로 나왔다면, 만화로 나왔다면, 애니메이션으로 나왔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다.

어렸을 때 읽었으면 더 재밌었을까? 아마 그랬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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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책이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힘들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일 뿐이다. 단지 이렇게까지 판매량과 서평이 좋다니, 그것이 좀 놀랍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