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스는 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잠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어디까지나 잠시, 혼자 남은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돌아가지 않고 고향에 다시 정착하길 바란다. 그녀의 단짝 친구는 곧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말한 그녀에게 남자를 소개시켜준다. 하필이면 이 남자는 근사하고 매력적이고, 그도 에일리스가 미국으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 언니의 죽음으로 유능한 직원을 잃은 사장은 회계사로 근무가 가능한 그녀가 계속 일 해주기를 바란다.

모든 것이 그녀에게, 고향에 남으라고 말한다. 여기서 웃긴 것은, 그녀도 그 모든 것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국땅에서 결혼했음을 주변 사람들은 물론 어머니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남편이 보낸 편지는 몇 통의 편지는 첫 번째 편지를 빼고는 읽지도 않고 방치한다. 일단 단기적으로 일하고, 장기적으로 일하는 것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는 사장의 말에 그러자고 대답한다. 미국에 가지 말아 달라는 남자의 말에 모호한 말로 답한다. 이후 남편이 보낸 편지를 몰아 읽고 답장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는 그녀의 표정은 결코 ‘곧 돌아갈게’나 ‘보고 싶어’ 따위의 말을 쓰려는 표정이 아니었다.

결국 그녀를 미국으로 돌려세운 것은 남편의 편지도, 브루클린에서의 기억도 아니다. 그녀의 결혼 사실을 우연히 주워듣게 된 켈리의 협박 때문이었다.

잊고 있었어요. 이곳이 어떤 곳이었는지
영화 '브루클린' 中, 에일리스

그리고 그녀는 돌아간다. 브루클린으로. 행복하게 웃으면서 남편과 재회한다.

글쎄.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이 영화는.

고향에 돌아가기 전까지만 해도, 이 영화는 훌륭했다. 정체되는 것보다는 도전을 선택한 당당한 여성의 이야기였다. 이 고생 저 고생 다 하며 향수병까지 앓지만, 주변의 격려와 발전하고자 하는 노력, 그리고 사랑의 힘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였다.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에 그녀는 결혼까지 하고, 꼭 브루클린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며 떠났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그녀는 고향에 돌아가서 자신의 축복받아 마땅한 결혼 소식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 부모님이 뭐라고 하실까 봐 말하지 않았다고? 결혼이 장난인가? - 어쩔 수 없는 사정에 의해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의로 일정을 미뤘으며, 종국에는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남기로 결정까지 한다. 만약 그녀가 브루클린에서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다면, 그것을 우연히 켈리의 친척이 보지 않았다면 그녀는 남편을 잊은 채 고향에서 새 삶을 시작했을 것이다.

정말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약혼자가 변심하는 게 무섭다면 결혼식을 꼭 치르세요!’ 이건가? 아니면 ‘확실하지 않으면 결혼하지 마세요! 더 멋진 상대가 나타날 수도 있어요!’ 이건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고향에서의 이야기는 다른 식으로 전개되었어야 한다고 본다. 브루클린에서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그녀의 고향에서의 이야기로 완전히 퇴색했다. 영화가 끝나고 스탭 롤이 올라오는 내내 어떻게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영화를 해석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에일리스는 나쁜 여자다. 그게 내가 내린 이 영화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