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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봤다. 벼르고 벼른 끝에 봤다. 재밌다는 이야기는 주변에서, 인터넷에서 많이 들었다. 영화를 보러 갈 때마다 늘, 볼 영화 후보로 올랐지만, 어째 항상 다른 영화에 우선순위가 밀렸다. 그런데 연휴를 맞아 상영 영화들의 시간표를 좀 훑어보니 곧 극장 상영이 끝날 것 같아서 부랴부랴 표를 예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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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는 토끼다. 모두 연약한 토끼는 경찰이 될 수 없다고 말했지만 주디는 경찰이 되기를 꿈꿨다. 그리고 마침내 경찰 학교를 무려 수석으로 졸업하고, 꿈에 그리던 경찰관이 된다. 하지만 경찰관이 된 뒤에도 토끼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고, 주디는 주요 사건을 맡지 못한 채 주차 위반 딱지나 떼는 신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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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모든 동물들이, 심지어는 부모님조차도 '토끼는 경찰이 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주디는 그것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경찰이 되고 나서도 편견과 차별에 정면으로 맞섰고 결국에는 인정받았다.

닉은 어렸을 때 당했던 괴롭힘 때문에 편견에 맞서 싸우기를 포기했다. 그는 다른 동물들이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대로 행동하고 살아갔다. 하지만 자신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동료가 생기자, 그는 진정한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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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놀랍다. 웃기고 재밌고, 캐릭터들은 모두 개성적이고 매력적이다. 그런 가운데 주제의식을 갖고 그에 대한 메시지를 오글거리지 않게, 그리고 개연성 있게 잘 풀어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겠지 하고 기대하며 보러 갔는데, 의외로 생각하면서 보기도 좋은 영화였다.

동물들의 특징들을 잘 찾아내 개성적으로 캐릭터화 한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겉모습만 다른 게 아니라 생각, 행동,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소품들까지. 세심하고 꼼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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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에 대한 차별, 약자에 대한 차별, 그런 것이 세상에 없을 수는 없다. 특히나 주토피아처럼 다양한 종이 한곳에 모여 산다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 누구라도,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 스스로를 믿는다면, 포기하지 않는다면,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In Zootopia, anyone can be anything.
주토피아에서는, 누구나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