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우울하다. 사실은 이유가 있겠지만, 굳이 그 이유를 분명히 하고 싶지는 않다. 여하튼 우울하다. 그럴 때는 어딘가에 위로받고 싶어진다. 친구가 "거의" 없는 나는 산책을 하거나 생각을 하거나 노래를 듣는다.
신기하게도 우울할 때는 우울하거나 조용한 노래를 찾게 된다. 단순히 생각하기에는 밝고 신나는 노래를 들어야 기분이 좋아지는 거 아닌가 싶지만, 실제로 찾게 되는 건 반대다. 비슷한 것으로부터 동질감을 느끼고 싶은 건지, 위로를 받고 싶은 건지, 자세한 건 모른다.
얼마 전 웹서핑을 하다가, 누군가 '우울한 음악을 듣고 싶을 때는 Mot 음악을 추천합니다'라고 써둔 걸 봤다. 바로 음원 사이트에 갔더니 마침 그 밴드의 새 앨범이 나온 지 오래되지 않았다. 앨범을 받아서 들었다.
'모든 게 모든 게 부질없'고 '헛되고 헛되고 헛되었'는데,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고 말한다. '영원했던 진심과 그 진심을 잃어버린 날의 부끄러움과 후회마저도' '나쁘지 않았'다고, '그게 좋았'다고 말한다. 나는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자신이 지나온 것들이 부질없고 헛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는데도 그게 나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떻게 자신의 부끄러웠던 것이나 후회스러운 일들을 바라보면서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 나쁘지는 않았다. 나도 언젠가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니, 그건 꽤 마음에 들었다.
의미 없고 헛된 것 같은 매일의 반복이다. 만족감으로 끝내기보다는 후회와 자괴감으로 끝낼 때가 더 많다.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되돌아봤을 때, 이러한 날들도 나쁘지 않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