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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두 사람이 헤어지면서 영화가 끝났다. 올라오는 엔딩 크레딧을 바라보면서 참으로 거지 같은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서로가 싫어져서가 아니라,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현실의 한계에 부딪혀 맞이한 결말. 타인의 방해도 오해도 아니고 그냥 벽을 넘지 못했을 뿐이라는 그런 결말. 미담이 아니라 현실로 끝나는 결말이 너무 잔인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버려진 것은 그저 그녀의 장애 때문인 것 같아 슬프고 안타까웠다. 그가 직면한 현실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닌 것을 알고 그의 선택을 누구도 비난할 수 없음을 알지만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다가, 한순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팍하고 식기 시작했다. 만약에 이 영화가 비장애인들의 사랑을 다룬 영화였다면, 나는 그래도 이 결말을 잔인하다고 여겼을까. 비단 신체적 장애가 아니더라도, 다른 벽에 부딪혀 헤어지게 되는 연인들도 많을 것이다. 나는 그런 이야기의 결말을 보며 잔인하다고 느낄까. 아니, 여전히 슬프고 안타깝겠지만 잔인하다고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이 영화는 그냥 단순한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가 된다.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연인의 담백한 사랑 이야기. 두 사람의 관계는 일방적이지도 동정적이지도 않았다. 그가 떠나간 뒤에도 그녀는 슬픔이나 절망에 얽메이는 일 없이 일상을 살아간다. 직접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요리하는 그녀의 뒷모습이나 요리를 마친 뒤 의자에서 뛰어내리는 것은 그를 만나기 전의 그녀와 같다. 그녀는 이별을 담백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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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조는 둘이 같이 살게 된 이후부터 계속 있었다. 휠체어가 필요 없다는 조제의 말에 '내 나이도 생각해주라'면서 그의 표정이 바뀐다. 헤어졌던 애인과 우연히 만나서는 예쁘다며, 웃으며 즐겁게 이야기한다. 부모님께 그녀를 보여드리려던 계획을 변경한다. 둘의 사랑이 이어졌음에도 영화는 마냥 행복하지 않고 무엇인가 계속 불안불안하다. 그녀도 그것을 알지만, 그녀는 그것을 부정하거나 크게 슬퍼하지 않는다. '다시 혼자 심해를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조개가 되더라도,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녀는 현재가 아름답고 그가 꾸밈없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것을 알지만 동시에 이 관계에 끝이 온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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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와 헤어지면서 다시는 그와 만날 일이 없음을 알았다. 그래서, 잠시 멀어졌을 때 그를 돌아오게 만들었던 매개체인 성인 잡지를 마지막 이별 선물로 주었다. 이제는 당신이 다시 돌아올 일이 없음을 안다고 이야기하듯이.
그는 그녀와 헤어지면서 다시는 그녀와 만날 수 없음을 알았다. 다시 시작하기는커녕 친구로도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했다. 결국 그는 - 다시 시작한 옛 애인 앞에서 - 울음을 터뜨린다. 그것은 죄책감이나 미안함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슬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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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남자 주인공이 조제와 함께 바다에 갔을 때 찍었던 사진들을 보며 추억에 잠기면서 시작한다. 대사로 유추해 보건데, 헤어진 뒤 많은 시간이 지난 다음에 우연히 찾은 발견한 옛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추억에 잠긴 것이었다. 그와 그녀의 사랑은 이별로 끝을 맺지만, 그에게 있어 그것은 괴롭고 슬픈 기억이 아니라 웃으면서 떠올릴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러한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