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성을 탐사 중이던 NASA 대원들은 자신들의 우주선이 있는 곳으로 폭풍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을 감지한다. 폭풍우는 우주선을 쓰러뜨릴 수도 있을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남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우주선이 쓰러지기 전 탈출을 하기로 한다. 그런데 탈출하기 위해 우주선으로 이동하던 중에 대원 한 명이 강풍에 날아온 탐사 기구 파편에 맞아서 쓰러지면서 연락이 두절되고, 다른 대원들은 긴박한 상황에서 그가 죽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그를 내버려둔 채 화성에서 빠져나간다. 하지만 사실, 그는 운 좋게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사람은커녕 생명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별에 홀로 남겨진 대원은 절망도 잠시, 다음 탐사선이 오는 4년 뒤까지 어떻게든 살아남기로 결심한다.

#

이 영화는 ‘화성에서 조난한 NASA 대원의 생존 및 탈출’을 그린 공상 과학 영화다. 스타워즈 같은 영화들처럼 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공상 과학적인 상상력을 동원해 그렸다기보다는, 근미래에 있을 수도 있는 일에 대해 사실적인 상상력과 과학적인 근거를 동원해 그렸다 (물론 얼마나 사실적이고 얼마나 근거 있는 이야기인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다).

#

잘 만든 공상 과학 영화다. 우주 과학적인 소재를 자연스럽게 잘 살렸고, 두 시간 이십 분의 짧지 않은 러닝 타임을 긴장감 있게 잘 꾸려나갔다. 근미래의 우주 과학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그래비티나 인터스텔라와 비교되는 모양인데, 그래비티는 보지 못하고 인터스텔라만 본 나의 의견은 '인터스텔라보다 더 만족스러웠다' 이다.

#

하지만 어디까지나 공상 과학 영화이다 보니, 등장인물의 감정에는 깊게 개입하지 않았다. 지구에서 수백만 킬로미터 떨어진, 생명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별에 사백여 일을 혼자 버틴 주인공의 감정은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어디까지나 생존하고 탈출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그것이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보는 내내, ‘내용은 그대로 하고 주인공의 감정에 초점을 맞춰서 영화 한 편을 또 찍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영화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