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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저주토끼"다. 열 편의 단편 소설이 들어있는 소설집이다. 책의 띠지에는 "2022 부커상 후보"이며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요소를 사용해" "참혹한 공포와 잔혹을 이야기한다"고 써있다. 소설집, 환상적, 초현실적, 공포, 잔혹. 어쩜 이렇게 다 내가 좋아하는 키워드들만 있는지. 이 책을 고르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하지만 책은 내가 기대했던 분위기와는 달랐다.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이야기들인 것은 맞다. 공포스럽고 잔혹한 것도, 관점에 따라서는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그런 키워드들은 부차적인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경과 설정이 독특하지만, 이야기는 그 독특함에 휩쓸리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그것들은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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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들을 모두 읽자, 책의 마지막 장에 작가의 말이 있었다. 작가는 거기에서 "세상은 여전히 쓸쓸하고 인간은 여전히 외로우며 이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썼다. 그래서 "쓸쓸하고 외로운 독자에게 위안이 되고 싶었다"고 썼다. 그제서야 나는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왜 내가 기대했던 분위기가 아니었는지. 나는 잘못된 키워드에 이끌려 책을 골랐던 것이었다.

작가의 말마따나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쓸쓸하고 외롭게 끝을 맞는다. 그나마 단편 "바람과 모래의 지배자" 정도는 해피엔딩이랄 수 있지만, 다른 아홉 단편은 비극적으로 끝난다. 몇몇 이야기들은 너무나 초현실적이면서 느닷없이 끝나버리곤 해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예전에 한창 유행했던 잔혹 현대 동화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해피 엔딩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김애란 작가의 단편집 "비행운"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비행운"은 등장 인물간의 갈등을 최고조까지 올려놓고 끝맛이 맵게 이야기를 끝내는 반면에, "저주토끼"는 주요 인물을 바닥 끝까지 끌어내려 쓸쓸하고 차갑게 끝낸다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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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좋은 이야기들이었다.(몇몇 단편들은) 호불호가 갈릴만한 내용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