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기자다. 그는 자신 나름의 기준대로 14명의 철학자를 선정해, 그들의 철학을 소개한다. 단순히 책상에 앉아 그들의 소개문을 작성하는 게 아니라, 철학자 각자에게 의미 있는 장소 - 그들이 살았던 곳이나 그들이 활동했던 곳 - 으로 기차를 여행을 떠난다. 그들의 흔적을 더듬으며 그들의 철학을 설명한다.
마크루스, 소크라테스, 루소, 소로, 쇼펜하우어, 에피쿠로스, 시몬 베유, 간디, 공자, 세이 쇼나곤, 니체, 에픽테토스, 보부아르, 몽테뉴. 유명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생전에도 이미 철학자로 명성을 날리던 사람도 있고, 현대에 들어서도 철학자로 분류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작가가 "가장 위대한 철학자 14명"을 꼽은 것 같지는 않다. 각 챕터의 제목이 이야기하듯, "14가지의 관점에서 각각 위대한 철학자"를 꼽은 것 같다. 이야기를 다채롭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성공한 것 같다.
철학 초보자의 관점에서 볼 때, 좋은 철학 입문서다. 각 챕터는 챕터의 주인공인 철학자의 사상, 생각, 삶에 관해 이야기함은 물론이고 그들의 주변 인물이나 영향을 주고 받은 인물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깊게 들어가지는 않지만 관련된 여러 가지 키워드들을 알려줌으로써, 이후 철학을 더 공부하거나 철학과 관련된 책을 읽어나갈 단서를 제공해준다. "철학"이라는 것에 관심은 있으나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던 나 같은 사람에게는 좋은 정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철학 입문서로는 만족스러웠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책이었다. 불필요한 인용과 비유들이 현학적으로 느껴질 때가 많았고, 기차 여행에서 마주한 일들과 철학자의 사상을 엮으려는 부분에서는 작위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었다. 읽기 괴로운 문장까지는 아니었지만, 기꺼이 읽고 싶은 문장은 아니었다. 책의 중반을 넘어서서는 책을 읽고 싶어 읽었다기보다는 책을 끝내고 싶어서 읽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러 가지 키워드를 얻을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쇼펜하우어, 니체, 몽테뉴, 스토아 학파, 관념론, 영원회귀, 실존주의자 등. 이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