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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홀든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낙제로 인해 퇴학을 당한다. 이 소설은 퇴학이 확정된 뒤 홀든이 학교와 뉴욕 거리를 방황하는 나흘 동안에 관한 이야기다.

이야기는 굉장히 정신없다. 주인공은 학교에서 기차역으로, 호텔로, 술집으로, 클럽으로, 공원으로... 나흘 동안 많은 곳을 돌아다니는데, 그 여정 자체가 특별하진 않다. 왜냐하면 그 여정에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퇴학 통보가 집에 도착하기 이전에는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하는 방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방황 속에서 홀든은 사람들을 만나고 술을 마시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많은 생각을 하는데, 그 전개가 어지럽고 난잡하다.

이야기의 시작도, 홀든이 병 때문에 요양 중인 상태에서 '작년의 크리스마스 무렵의 미치광이 같은 신변 이야기'를 하겠다며 시작하는데, '미치광이 같은'이라는 수식어가 참으로 알맞다고 생각한다. 그의 이야기는 시간순으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되는 대로 지껄이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그의 자서전을 쓰기 위해 그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작가가 된 느낌이다. 문제는 나에게 질문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내가 원하는 맥락으로 이끌어 갈 수 없다는 점이다. 받아 적으면서도 이걸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골치가 아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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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렵다. 만약 이 소설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유명한 고전이 아니었다면, 나는 중간에 읽기를 멈췄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한 번을 더 읽었다. 하지만 여전히 난해하다. 뭘 말하고자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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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든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상태다.

그는 거의 모든 타인들이 멍청하고 존중할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자신과 대화를 나누기 좋은 '지적'인 인간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정작 홀든 자신의 언행도 그다지 지적이거나 교양 있게 느껴지진 않는다). 세상에 대해 어른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다.

그와 동시에 자존감이 부족하기도 하다. 겁쟁이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스스로를 겁쟁이라 말하고, 말끝마다 '이건 정말이다'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이건 사실이다' 따위의 강조를 말버릇처럼 붙여댄다.

읽으면서 '인간 실격'이 떠올랐다.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거의 없다. 하지만 하나, 커다란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주인공들이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변에 진정으로 의지하거나 마음을 열 상대가 없어서, 표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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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본작의 제목이 등장하는 순간이 한 번 있다. 무엇이 되고 싶냐는 동생 피비의 질문에 대한 홀든의 대답이다.

아무튼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 데서 조그만 어린애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것을 항상 눈에 그려본단 말야. 몇 천 명의 어린애들만이 있을 뿐 주위에는 어른이라곤 나밖엔 아무도 없어. 나는 까마득한 낭떠러지에 서 있는 거야. 내가 하는 일은 누구든지 낭떠러지에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 가서 붙잡아 주는 거지, 애들이란 달릴 때는 저희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럴 때 내가 어디선가 나타나서 그애를 붙잡아야 하는 거야. 하루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지.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어. 그러나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그런 거야.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지만 말야. p.250

내가 보기에 홀든이 진정 되고 싶었던 것은 파수꾼이라기보다는 그 호밀밭에서 뛰어노는 아이가 아니었을까 싶다.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도록 자신을 보호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떨어질 때 잡아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빼고는, 그는 호밀밭의 아이들이나 마찬가지다. 어디로 갈지 모르고 어디로 튈지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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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톨리니 선생이 하는 말은 홀든의 상태를 잘 설명하고 있다.

"지금 네가 뛰어들고 있는 타락이란 일종의 특수한 타락인데, 무서운 타락으로 여겨지는군. 타락해 가는 인간에게는 감촉할 수 있다든지 부딪쳐서 들을 수 있는 그런 바닥이 있는 것이 아니거든. 장본인은 자꾸 타락해 가기만 할 뿐이야. 이 세상에는 인생의 어느 시기에는 자기 자신의 환경이 도저히 제공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 법인데, 네가 바로 그런 유의 사람이야. 그런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환경이 도저히 자기가 바라는 것을 제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단념해 버리는 거야. 실제로 찾으려고 시작도 해보지 않고 단념해 버리는 거야."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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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

홀든의 제인 갤러거에 대한 집착, 영화에 대한 모호한 태도, 공원 안 호수에서 살아가는 오리에 대한 홀든의 생각과 그에 대한 택시기사들의 반응 등등.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 상징들이 많다.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했다기보다는 파편적으로 군데군데 이해했다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책 말미에 수록된 해설과, 인터넷상의 다른 사람들의 리뷰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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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혹은 해석이 필요한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인가? 이 소설이 유명하지 않았으면 내가 이토록 이 소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을까?

어려운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