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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소설을 분류하는 방법 중 하나는, 그것이 인물의 내면에 집중하는지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는지로 나누는 것이다. 전자는 대체로 이야기의 전개가 무겁고 느릿한 편이고, 분위기는 고요하거나 어둡다. 후자는 전개가 빠르고 가벼운 편이고, 분위기는 이야기의 종류에 따라 많이 다르지만 적어도 조용하지는 않다. 전자는 차분히 곱씹으며 읽어야 하고 정신력의 소모가 심한 데 반해 후자는 쉽고 가볍게 읽히고 기분을 전환하는 데 좋다. (당연하지만 절대적인 분류법은 아니다.)

이 책,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를 이 방식으로 분류하자면 단연 후자일 것이다. 문장은 재치가 넘치고 이야기는 경쾌하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뒷맛 또한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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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신이라 주장하는 남자, 하지만 신으로서의 힘은 많이 약해졌고 계속 약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위기감을 느낀 남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 심리상담가를 찾는다. 주인공인 심리상담가는 그의 문제를 해결하기 이전에 그의 말을 믿을지 말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상식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남자는 자신이 신이라고 할만한 근거들을 하나씩 보여주고 주인공은 혼란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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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는 소재다.

남자는 자신의 힘이 줄어드는 이유가, 신을 믿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침내 아무도 신을 믿지 않게 되면, 자신의 존재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그는 신이지만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는 막다른 길에 가까워졌고,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결하고 싶다. 그래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심리상담가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반면 상담가이자 심리학자인 주인공은 (상식적으로) 그가 신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 남자가 평범한 사람이 아닌 것은 확실하지만 신이라고 믿기보다는 놀라운 실력의 사기꾼이라고 믿는 것이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주인공은 그가 정신이 이상해진 이유를, 원인이 되는 트라우마를 찾고자 한다.

그러한 방편 중 하나로 주인공은 남자에게 아직 남아있는 능력, 예컨대 가까운 미래에 대한 예지라던가 독심술이라던가로 (자신을 포함한) 사람들을 설득해보라고 도발하고 추궁한다. 여기서 주인공에게 반박하는 남자의 말이 흥미롭다.

"좋아. 가까운 미래에 로스엔젤레스에서 엄청난 지진이 일어난다고 내가 예언하고, 실제로 그 예언대로 종말론적 규모의 대재앙이 일어났다고 가정해봐. (중략) 그럴 경우 내가 그 재앙을 왜 막지 않았을까 스스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어. 충분히 가능한 의문이지.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수백만 명을 희생시키는 신이 과연 인간에게 필요할까?" p.146

'그가 스스로 신이라는 것을 증명한다면 진심으로 그를 도울 테지만, 내가 도와주어야지만(혹은 믿어줘야만) 신임을 증명할 수 있다.' 역설적이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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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인공은 끝내 남자의, 신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되려 주인공의 여러 가지 위기 상황에서, 남자는 결정적인 조언을 건네며 주인공의 문제를 해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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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중후반부에서는 긴장감이 좀 깨졌다. 남자가 신인가 아닌가를 가지고 주인공이 추론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속도감 있게 보여주다가 느닷없이, 정말 느닷없이, 신이라야만 할 수 있을 법한 능력으로 '주인공이 태어나지 않은 세계'를 주인공에게 보여준다. 이 시점에서 '왜 진작에 그 능력이나 비슷한 능력을 보여주지 않았니' 하는 생각에 당황스러운데, 그걸로 끝나지 않고 이야기의 중심은 남자와 주인공 둘 사이에서 주인공과 주인공의 가족으로 훅 옮겨간다.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는 이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신을 도와줘야겠군' 이라고 주인공이 마음 먹은 참에 남자는 사고로 죽어버리고 만다.

이 막판의 전개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재미야 있었지만, 중요한 순간에 딴 길로 샜다가 돌아와서는 '이제는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이네요' 하고 급히 마무리 짓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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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에서 '남자는 죽었으되 신은 죽지 않고 살아 있다 (다른 사람 몸으로 옮겨갔다)' 라는 것으로 작가는 이야기를 매듭짓는다. 주인공과 남자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은 좋은 마무리였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작가가 이 작품의 주인공과 남자를 가지고 다른 작품도 썼다고 한다. 그 책들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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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재미있고 쉽게 읽히는,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라는 정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 볼 것 같다.